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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경화증 - 초기 증상, MRI 진단과 재발 관리

by dsibom508 2026. 5. 8.

저희 어머니가 처음에 손끝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 단순한 혈액 순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의 살 같은 그 이질감이 중추신경계와 연결된 신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발성 경화증(MS)은 전 세계 약 280만 명이 앓고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데, 정작 초기 신호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 글은 그 경험과 의학 정보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다발성 경화증 초기 증상인 균형 장애와 어지럼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중년 남성

초기 증상: 마비보다 먼저 오는 감각의 왜곡

다발성 경화증을 처음 겪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증상을 과로나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고 넘기는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그랬습니다. 오른손 끝이 찌릿하고 둔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몇 주째 이어졌는데, 정형외과에서 목 디스크 검사부터 받았으니까요.

이 질환의 핵심 기전은 탈수초화(demyelination)에 있습니다. 여기서 탈수초화란 신경 섬유를 감싸고 있는 수초, 즉 신호가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절연체가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아 벗겨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선의 피복이 찢기면 신호가 새거나 끊기는 것처럼, 수초가 손상되면 뇌와 신체 사이의 신호 전달이 느려지거나 왜곡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감각 이상, 시력 저하, 균형 장애 같은 증상들입니다.

특히 나중에 알게 된 현상이 있었는데, 바로 우허트 징후(Uhthoff's phenomenon)입니다. 우허트 징후란 체온이 0.5도 정도만 올라가도 시력이 흐려지거나 팔다리 힘이 빠지는 현상으로, 수초가 손상된 신경이 열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저희 어머니는 샤워를 뜨겁게 하고 난 뒤 눈앞이 뿌예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는데, 당시에는 혈압 문제인 줄만 알았습니다. 이 징후를 미리 알았다면 훨씬 일찍 신경과를 찾았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다발성 경화증은 희귀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3.5명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 회의적입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실내 생활 증가로 인한 비타민 D 결핍, 환경적 요인의 변화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귀 질환'이라는 딱지가 오히려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내 등록 환자 수는 2023년 3월 기준 1,712명에 불과하지만, 진단되지 않은 잠재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초기 증상 중 일반 피로와 구별해야 할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손발 저림 또는 타는 듯한 감각
  • 안구 통증을 동반한 시력 저하 (시신경염의 전형적 신호)
  • 더운 환경이나 운동 후 유독 심해지는 신경학적 이상
  • 한쪽 팔다리에만 느껴지는 근력 저하
  • 이유 없이 반복되는 균형 장애 또는 어지럼증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겹치고 반복된다면, 저는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MRI 진단과 감별 진단: 진단 지연을 막는 핵심 열쇠

다발성 경화증 진단이 평균 2~3년씩 걸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 한 번의 검사로 확진이 되지 않는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이 질환은 '공간적 이질성'과 '시간적 이질성'이라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진단이 내려집니다. 공간적 이질성이란 뇌, 척수, 시신경 등 여러 부위에서 병변이 발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시간적 이질성이란 그 병변이 다른 시기에 걸쳐 나타난 것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MRI를 한 번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추적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RI에서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플라크(plaque)라 불리는 병변입니다. 플라크란 수초가 손상되고 흉터처럼 굳어진 부위를 말하며, MRI 영상에서 하얀 점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중 도슨 핑거(Dawson's fingers)라고 불리는 특징적인 소견이 있는데, 뇌실 주변의 정맥 방향을 따라 손가락처럼 길게 늘어선 형태입니다. 제가 처음 MRI 결과지를 받아들고 이 용어를 검색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혈액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 양성이 확인되면 중추신경계 내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올리고클론띠란 뇌척수액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면역글로불린이 특정 패턴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MS 진단의 보조적 근거로 활용됩니다.

저희 어머니 경험상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별 진단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NMOSD)을 다발성 경화증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NMOSD란 아쿠아포린-4(AQP4)라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시신경과 척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질환으로, MS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치료 약제가 완전히 다릅니다. MS 치료제를 NMOSD 환자에게 잘못 투여하면 오히려 마비가 고착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문의의 항체 검사 지시가 왜 중요한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됩니다.

아시아 지역은 서구권에 비해 MS와 NMOSD의 발생 비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신경과 전문의들은 MRI 판독만으로 MS를 확진하지 않고, AQP4 항체 검사와 MOG(항수초 희소돌기아교세포 당단백질) 항체 검사를 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원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신경학회에서도 감별 진단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관련 가이드라인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신경학회).

다발성 경화증은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목록에 등재된 질환으로, 산정특례 적용 대상입니다. 확진 후에는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관련 정보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센터).

다발성 경화증을 관리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증상이 호전되면 질병조절치료제(DMT)를 스스로 중단해도 괜찮다고 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DMT란 재발 빈도와 뇌 병변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 복용하는 면역 조절 약물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임의 중단 후 반동성 재발을 경험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만큼은 주치의 판단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발성 경화증은 완치보다 일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감각 이상이나 시야 장애가 반복된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고, 그다음이 치료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진단을 늦게 받으면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c1yKmKjwSc